← 사주 이해하기 목록
남영 마선생

사주와 명식 — 만세력은 무엇을 계산하나

사주 이해하기 · 입문

사주를 본다는 것은, 사실 '명식'을 읽는 것입니다

흔히 "사주를 본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한 사람의 명식(命式)을 읽는 것입니다. 명식이란 태어난 연·월·일·시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간지(干支)로 옮겨 적은 표를 말합니다. 간지란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천간(天干)과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지지(地支)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이렇게 옮겨 적으면 여덟 글자가 나오고, 그래서 사주를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도 부릅니다. 네 개의 기둥에 여덟 글자라는 뜻입니다.

명식은 그 자체로 길흉을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명식은 어디까지나 풀이를 시작하기 위한 '판', 즉 바둑으로 치면 돌을 놓기 전의 빈 판과 같습니다. 이 판이 정확해야 그 위의 모든 해석이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입문의 첫걸음은 점이나 해석이 아니라, '내 명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네 개의 기둥, 여덟 개의 글자

명식은 네 개의 기둥(柱)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른쪽부터 차례로 년주(年柱)·월주(月柱)·일주(日柱)·시주(時柱)입니다. 태어난 해가 년주, 달이 월주, 날이 일주, 시각이 시주가 됩니다. 각 기둥은 위아래 두 글자로 이루어지는데, 위의 한 글자가 천간이고 아래의 한 글자가 지지입니다. 기둥이 넷이고 각 기둥에 글자가 둘이니, 모두 여덟 글자가 됩니다.

네 기둥은 단지 시간의 단위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시기와 인간관계로 나누어 상징합니다.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봅니다.

이렇게 오른쪽의 년주에서 왼쪽의 시주로 갈수록, 먼 과거(조상·초년)에서 가까운 미래(자녀·말년)로 시선이 옮겨 간다고 이해하면 한결 자연스럽습니다.

시주천간지지자녀 · 말년일주일간=나지지나 · 배우자월주천간지지부모 · 사회년주천간지지조상 · 초년오른쪽(년주)에서 왼쪽(시주)으로 · 위=천간 아래=지지 · 일주의 천간이 나(일간)
네 기둥 여덟 글자 — 모든 풀이는 일주의 천간(일간)에서 시작합니다

모든 읽기의 출발점, 일간(日干)

여덟 글자 가운데 기준이 되는 단 한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일주의 천간, 곧 일간(日干)입니다. 일간은 명식에서 '나'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가령 일간이 갑(甲)이라면 그 사람은 '갑목(甲木) 일간'이 되고, 명식의 나머지 일곱 글자는 모두 이 일간을 중심으로 해석됩니다. 누가 나를 돕고 누가 나를 억누르는지, 무엇이 재물이고 무엇이 일거리인지가 모두 일간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명식을 읽을 때는 언제나 일간에서 출발합니다.

만세력은 무엇을 계산하나

그렇다면 생년월일시를 어떻게 여덟 글자로 바꿀까요. 이 환산을 맡는 책이자 도구가 만세력(萬歲曆)입니다. 만세력은 양력과 음력, 절기, 시각을 모두 담아 둔 일종의 만년 달력으로, 특정한 날짜와 시각이 어떤 간지에 해당하는지를 일러 줍니다.

그 바탕에는 60갑자(六十甲子)가 있습니다. 천간은 갑(甲)·을(乙)·병(丙) 등 열 글자이고, 지지는 자(子)·축(丑)·인(寅) 등 열두 글자입니다. 이 둘을 차례로 짝지으면 갑자(甲子)·을축(乙丑)·병인(丙寅)…으로 이어지다가, 열과 열둘의 최소공배수인 예순 번째에서 한 바퀴가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순 개의 조합이 60갑자이며, 해도 달도 날도 시각도 모두 이 60갑자의 순환 위에 놓입니다.

한 해의 시작은 1월 1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입문자가 가장 많이 놀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사주에서 한 해의 시작은 양력 1월 1일도, 음력 설날도 아니라 입춘(立春)이라는 점입니다.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절기로, 대개 양력 2월 4일 무렵입니다.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입춘 이전에 태어났다면 사주에서는 아직 지난해에 속합니다.

달을 나누는 기준도 마찬가지로 절기입니다. 절기란 태양의 위치에 따라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마디를 말합니다. 예컨대 인월(寅月)은 입춘부터 시작하고, 다음 절기가 오기 전까지가 한 달이 됩니다. 그래서 사주에서 '몇 월생'인가는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어느 절기 구간에 들어가는가로 정해집니다. 흔히 "사주는 음력으로 본다"고 알고 있지만, 더 정확히는 양력도 음력도 아닌 절기가 기준입니다. 음력은 참고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연초나 환절기, 특히 입춘 무렵이나 절기가 바뀌는 날 태어난 분은 경계를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차이로 년주나 월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생 지역이 시주를 바꿉니다

시주를 정확히 세우려면 한 가지 보정이 더 필요합니다. 바로 진태양시(眞太陽時) 보정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시계는 표준시를 따릅니다. 한국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작 우리 국토는 그보다 서쪽에 자리합니다. 그래서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과 그 지역 하늘에서 해가 실제로 움직이는 시각 사이에는 차이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 표준시보다 실제 태양시가 대략 30분가량 늦습니다. 시주는 두 시간 단위로 끊어지기 때문에, 이 30분 안팎의 차이로 시주의 지지가 바뀌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각에 태어났더라도 출생 지역의 경도에 따라 시주가 달라질 수 있고, 정확한 명식을 위해서는 태어난 시각뿐 아니라 태어난 지역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태어난 시각을 모른다면

출생 시각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는 시주를 비워 둔 채 나머지 세 기둥(년·월·일)으로 보거나, 정오를 기준으로 시주를 추정해 보기도 합니다. 다만 추정으로 세운 시주는 어디까지나 추정임을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시주가 비어 있어도 일간을 중심으로 한 큰 틀, 즉 타고난 기운의 골격은 충분히 살펴볼 수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명식은 운명을 정해 둔 정답표가 아니라, 풀이를 시작하기 위한 '지도'입니다. 그리고 좋은 지도는 정확한 좌표에서 나옵니다. 정확한 생년월일시와 출생 지역, 이 두 가지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한 사람의 명식이 제대로 그려집니다.
내 사주로 직접 확인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