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처음 펼치면 여덟 글자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 막막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잡아야 할 기준점이 바로 '일간(日干)'입니다. 일간이란 태어난 날의 천간, 즉 사주 네 기둥 가운데 날을 나타내는 기둥의 윗글자를 말합니다. 전통 명리에서는 이 한 글자를 '나 자신'으로 봅니다. 다른 일곱 글자가 부모와 형제, 배우자와 자식, 일과 재물을 가리킬 때, 일간만은 그 모든 관계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나'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내 사주를 읽는 일은 곧 이 일간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둘러보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일간은 열 개의 천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이 열 글자는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다섯 오행을 다시 양(陽)과 음(陰)으로 나눈 것입니다. 같은 오행이라도 양 일간은 기운을 밖으로 크게 드러내고, 음 일간은 같은 성질을 안으로 거두어 다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같은 나무라도 하나는 곧게 솟는 큰 나무이고, 하나는 부드럽게 휘어 자라는 풀과 같습니다. 아래에서 다섯 오행을 차례로 짚으며 각 오행의 양·음 두 일간을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먼저 일러둡니다. 일간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닙니다. 일간이 강한지 약한지, 무엇을 용신으로 삼는지, 나머지 일곱 글자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에 따라 같은 일간도 사뭇 다른 결로 드러납니다.
갑(甲)은 곧게 위로 뻗는 큰 나무의 기운입니다. 갑 일간은 대체로 목표가 뚜렷하고 추진력이 있으며, 앞장서서 길을 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똑바로 나아가려는 성정이라 주변에서 자연스레 리더로 기대받곤 합니다. 다만 이 곧음이 지나치면 융통성이 부족해 보이고, 한번 정한 방향을 고집하다 굽혀야 할 때를 놓치기도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면 쉽게 꺾이지 않으려다 도리어 부러지는 식의 그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을(乙)은 같은 나무지만 부드럽게 휘며 자라는 풀과 덩굴의 기운입니다. 을 일간은 유연하고 적응력이 좋으며, 상황에 맞춰 자신을 굽힐 줄 아는 끈기가 강점입니다. 거센 바람에도 꺾이기보다 휘었다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이 있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내 자리를 잡아내곤 합니다. 그러나 이 유연함이 과하면 줏대가 흐려 보이거나, 남의 뜻에 휘둘려 정작 자기 자리를 정하지 못하는 경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속으로 재면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다가 마음고생을 안기도 합니다.
병(丙)은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의 기운입니다. 병 일간은 밝고 활달하며, 감정과 생각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표현력이 강점입니다. 함께 있으면 분위기가 환해지고, 숨김이 적어 사람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다만 그 밝음이 지나치면 자기 위주로 빛나려 하거나, 마음을 너무 빨리 드러내 가볍게 비치기도 합니다. 달아오르는 만큼 식는 속도도 빨라, 처음의 열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그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丁)은 어둠 속에서 가까이를 밝히는 촛불과 등불의 기운입니다. 정 일간은 따뜻하고 섬세하며, 곁의 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헌신이 강점입니다. 크게 떠벌리기보다 조용히 자기 몫을 태워 주위를 데우는 정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세함이 과하면 작은 일에도 마음을 많이 쓰고, 남을 위해 자신을 지나치게 소진하기 쉽습니다. 속으로 감정을 오래 품다가 예민하게 흔들리는 경향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무(戊)는 너른 들과 큰 산의 기운입니다. 무 일간은 듬직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사람과 일을 끌어안는 무게가 강점입니다. 쉽게 흔들리지 않아 주위에 안정감을 주고, 믿고 기댈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다만 그 무거움이 지나치면 변화에 더디고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으며, 속을 잘 드러내지 않아 답답하게 비치기도 합니다. 다 받아주려다 정작 자기 짐만 무거워지는 그늘도 있습니다.
기(己)는 곡식을 길러내는 부드러운 밭흙의 기운입니다. 기 일간은 실용적이고 세심하며, 곁의 사람과 일을 살뜰히 길러내는 양육의 성정이 강점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바탕을 다지는 꼼꼼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심함이 과하면 생각이 많아 결단이 늦어지고, 작은 것까지 끌어안다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습니다. 겉으로 무던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것저것 재며 걱정을 키우는 경향이 함께 나타나곤 합니다.
경(庚)은 제련되기 전의 무쇠와 바위의 기운입니다. 경 일간은 결단력이 있고 의리가 두터우며, 한번 정하면 밀고 나가는 강직함이 강점입니다. 맺고 끊음이 분명해 일을 야무지게 마무리하고, 불의를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곧은 성정이 있습니다. 다만 이 강함이 지나치면 거칠고 모가 나 보이거나, 융통성 없이 부딪쳐 주변과 마찰을 빚기 쉽습니다. 자기 기준이 분명한 만큼 남에게도 그것을 들이대다 날을 세우는 그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辛)은 잘 다듬어진 보석과 날붙이의 기운입니다. 신 일간은 예리하고 섬세하며, 깔끔함과 높은 자존감이 강점입니다. 작은 차이를 알아채는 안목이 있고, 자신을 정갈하게 가꾸며 격을 지키려는 성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리함이 과하면 까다롭고 차갑게 비치거나, 자존심이 다치는 일에 지나치게 민감해지기 쉽습니다. 빛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인정받지 못할 때 속으로 날카롭게 곤두서는 경향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임(壬)은 넓은 바다와 큰 강의 기운입니다. 임 일간은 포용력이 크고 지혜로우며, 상황을 두루 살펴 융통성 있게 풀어가는 도량이 강점입니다. 그릇이 넓어 웬만한 일은 끌어안고, 막히면 돌아가는 유연한 흐름이 있습니다. 다만 그 너름이 지나치면 종잡기 어렵고 속을 알 수 없어 보이거나, 한곳에 머물지 못해 일을 끝까지 매듭짓지 못하는 그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두다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계(癸)는 이슬과 빗물처럼 가늘게 스며드는 물의 기운입니다. 계 일간은 총명하고 침투력이 있으며, 부드럽게 파고들어 끝내 제 길을 내는 유연함이 강점입니다. 겉으로 조용해도 속으로 끊임없이 헤아리는 섬세한 지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스며듦이 과하면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 가늠하기 어렵고, 생각이 많아 쉽게 지치거나 마음이 가라앉기 쉽습니다. 환경에 너무 잘 맞추다 자기 색을 흐리게 두는 경향도 함께 나타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