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풀 때 가장 먼저 가늠하는 것이 일간(日干), 곧 '나'를 상징하는 글자가 얼마나 든든히 서 있느냐입니다. 일간이 주변에서 힘을 충분히 받으면 신강(身強), 받쳐 주는 힘이 부족하면 신약(身弱)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깁니다. 신강이 좋고 신약이 나쁘다는 식의 우열 판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강약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단지 '힘의 세기'를 나타낼 뿐입니다. 강한 쇠는 단단하지만 부러지기 쉽고, 무른 쇠는 약하지만 다루기 쉽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약을 정해야 비로소 그 사주에 무엇이 필요한지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강약은 풀이의 출발점이자 모든 판단이 걸리는 첫 단추입니다.
강약은 한눈에 정해지지 않습니다. 남영 마선생은 세력(勢力), 통근(通根), 회국(會局), 월령(月令) 네 가지를 각각 점수로 매긴 뒤 합산합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강약은 나를 돕는 글자를 세는 일이 아닙니다. 돕는 힘과 빼 가는 힘을 맞대어 보고, 돕는 쪽에서 빼는 쪽을 덜어 낸 값으로 판정합니다. 인성과 비겁이 아무리 많아도 관성이 그만큼 무겁게 눌러 오면 신강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 차감이 강약의 뼈대입니다.
세력은 여덟 글자가 각자 나를 돕는 쪽인지 빼는 쪽인지를 봅니다. 나를 낳아 주는 인성(印星)과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겁(比劫)이 돕는 쪽이고, 나를 누르는 관성(官星)과 내 힘을 밖으로 쓰게 하는 식상(食傷)·재성(財星)이 빼는 쪽입니다. 다만 글자가 놓인 자리에 따라 비중이 다릅니다. 태어난 달의 글자를 가장 무겁게 보는데, 계절의 기운이 일간에 가장 크게 닿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빼는 쪽에서는 관성을 특히 무겁게 봅니다. 식상과 재성이 내 힘을 밖으로 쓰게 하는 데 그친다면, 관성은 일간을 직접 누르기 때문입니다.
통근은 천간(天干)에 뜬 글자가 지지(地支)에 같은 계열의 뿌리를 두었는가를 봅니다. 천간이 하늘에 떠 있는 가지라면, 지지는 땅속의 뿌리입니다. 뿌리가 있으면 바람에 흔들려도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갑(甲)이라는 나무 천간이 인(寅)이나 묘(卯) 같은 같은 계열의 지지에 닿아 있으면 통근했다고 합니다. 뿌리에도 깊고 얕음이 있어, 본래 자리에 닿은 것과 곁으로 닿은 것을 나누어 셉니다.
회국은 여러 글자가 모여 한 오행의 판을 이루는 경우입니다. 삼합이나 방합으로 인성이나 비겁이 판을 이루면 일간은 크게 든든해지고, 반대로 관성이 판을 이루면 그만큼 크게 눌립니다. 글자를 하나씩 따로 셀 때보다 무게가 훨씬 커지므로, 합이 걸린 사주는 이 항목에서 판정이 뒤집히는 일이 잦습니다. 글자끼리 어떻게 모이고 부딪치는지는 합·충·형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월령은 태어난 달이 일간에게 어떤 철인가입니다. 나무 일간이 봄에 났다면 계절의 기운을 그대로 등에 업은 셈이라 힘을 얻고, 가을에 났다면 금(金)의 기운에 깎이는 자리라 힘이 빠지기 쉽습니다. 앞의 세력에서도 태어난 달의 글자를 이미 가장 무겁게 세는데, 월령은 그와 별개로 한 번 더 얹습니다. 태어난 철이 그만큼 크게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출생지가 남반구라면 이 월령을 반대 계절로 읽습니다. 그 까닭은 해외 출생에 적어 두었습니다.
네 가지를 모두 셈해 돕는 합에서 빼는 합을 덜어 내면 하나의 값이 남고, 그 값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아래 다섯 단계가 정해집니다.
강약은 흑백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같은 신강이라도 정도가 있어, 지나치게 강한 신왕(身旺)부터 신강(身強),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화(中和), 힘이 부치는 신약(身弱), 매우 약한 신쇠(身衰)까지 단계로 봅니다. 무조건 강하다 약하다로 단정하기보다, '어느 쪽으로 얼마나 치우쳤는가'를 읽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자리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중화에 가깝지만, 현실의 사주는 대개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 있습니다. 그 기운 방향을 정확히 잡는 일이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강약의 방향을 잡았다면, 그다음은 무엇으로 균형을 맞출지 찾을 차례입니다. 그 첫 원리가 억부(抑扶)입니다. 억(抑)은 누른다, 부(扶)는 돕는다는 뜻입니다. 사주 안의 기운을 두 편으로 나눠 견주는 방식입니다. 일간을 돕는 힘이 한편에 있습니다. 나를 낳는 인성과 나와 같은 편인 비겁입니다. 반대편에는 일간의 힘을 빼는 기운이 있습니다. 내가 낳는 식상(食傷), 내가 다스리는 재성(財星), 나를 누르는 관성(官星)입니다. 이 두 힘을 저울에 올려, 돕는 쪽이 넘쳐 일간이 너무 강하면 힘을 덜어내는 기운이 약이 되고, 빼는 쪽이 많아 일간이 부치면 보태 주는 기운이 약이 됩니다. 이렇게 균형을 되찾아 주는 기운이 바로 용신(用神)입니다.
억부만으로 다 풀리지는 않습니다. 둘째 원리가 조후(調候)입니다. 사람의 몸이 추위와 더위에 영향을 받듯, 사주 명식에도 한난조습(寒暖燥濕), 곧 차고 따뜻하고 메마르고 축축한 기운이 있습니다. 겨울에 난 사주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하다면, 균형을 따지기에 앞서 먼저 따뜻한 화(火)가 있어야 얼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여름 메마른 사주라면 적셔 줄 수(水)가 우선 필요합니다. 그래서 노련한 풀이는 억부로 힘의 균형을 보면서, 동시에 조후로 한난의 균형을 함께 살핍니다. 두 원리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사주를 양쪽에서 비추는 두 등불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찾아낸, 그 사주에 가장 필요한 기운이 용신(用神)입니다. 용신을 곁에서 돕고 살려 주는 기운은 희신(喜神)이라 합니다. 반대로 용신을 해치고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운은 기신(忌神)이라 부릅니다. 이 셋의 관계가 운(運)을 풀 때 그대로 쓰입니다. 흐르는 운에서 용신이나 희신에 해당하는 기운이 들어오면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기신이 들어오면 같은 일도 더디고 애를 쓰게 됩니다. 타고난 사주가 바탕 그림이라면, 용신·희신·기신은 그 위에 들어오는 운을 읽어 내는 색안경인 셈입니다.
강약을 가장 먼저 정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같은 기운이라도 어떤 사주에는 약이 되고 어떤 사주에는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재물운'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재성은 일간의 힘을 쓰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이미 힘이 넘치는 신강한 사람에게는 그동안 쌓은 힘을 펼칠 반가운 기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이 부치는 신약한 사람에게는, 가뜩이나 모자란 힘을 더 끌어다 쓰게 만드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똑같은 재물운인데 한쪽에는 기회, 다른 쪽에는 짐이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는 강약이 정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갈립니다. 그래서 강약은 풀이의 중심축이라 부를 만합니다.